[시론] 수산자원 보호, 지금이 골든타임

입력 2015-12-29 17:53  

"미성어 남획에 씨가 마른 수산자원
포획금지 기간·체장기준 확대 시행
국민생선 보호에 더 적극적이어야"

박기영 < 강릉 원주대 자원생물학 교수 parkky@gwnu.ac.kr >



지난 1월 중국에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저장성 정부가 중국 최초로 ‘중요 해양어업자원 포획규격 및 치어비율 제도’를 도입, 1월부터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갈치, 부세, 병어, 꽃게, 갑오징어 등 경제적으로 중요한 18개 어종에 대해 포획가능 크기를 정하고 어획물 중 치어의 비율도 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어종은 갈치로 항문장(주둥이부터 항문까지 길이) 20.5㎝ 또는 체중 125g 이하는 포획을 금지했다. 부세는 체장 25.5㎝ 또는 250g 이하, 꽃게는 갑장 6㎝, 체중 125g 이하를 잡지 못하도록 하는 등 주요 상업어종에 대해 포획금지 기준을 정했다. 갈치의 포획금지 기준은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포획금지 체장(항문장 18㎝)기준보다 훨씬 높게 설정돼 있어 놀라웠다.

그동안 중국은 포획금지 체장 등에 대한 국가기준이 없었으며, 사실상 조업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는데 올초 이 기준을 도입, 시행하는 것을 보면 중국 연근해 수산자원 고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국 정부(농업부)는 저장성의 성과를 보고 다른 지방정부로 이 기준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43개 현이 자원관리가 필요한 어종에 대해 포획금지 기간 및 체장을 정해두고 있다. 한국과 가까운 효고현은 숭어 등 15종, 돗토리현은 붉은대게 등 11종, 야마구치현은 방어 등 15종에 대해 포획금지 기간 및 체장을 설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수산자원관리를 가장 잘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50개 주마다 상업어선과 낚시의 포획금지 대상 어종에 대한 상세 규정을 두고 관리한다. 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상업어선은 뱀장어 외 19종을 포획할 수 없고, 낚시도 17종에 대한 포획금지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체장 9인치(22.86㎝) 이하의 뱀장어는 잡을 수 없고 매년 9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넉 달간 금어기를 두고 있다. 연간 쿼터도 없다. 낚시는 마릿수 제한도 둬 1인당 하루 25마리 이상 잡을 수 없다. 이 외에 바닷가재, 꽃게, 조개류 6종에 대해서도 엄격한 포획금지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어린 물고기 보호를 위해 꽃게, 대구, 도루묵 등 31개 어종에 대해 포획금지 체장을, 산란기 어미를 보호하기 위해 참조기, 붉은대게, 참홍어 등 33개 어종에 대한 포획금지기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갈치·고등어 등 대중성 어종의 포획금지기간과 체장이 설정돼 있지 않아 마구잡이로 치어까지 잡는 등 수산자원 남획이 심각한 실정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생선이라 불리는 갈치, 고등어, 참조기 및 옥돔, 갯장어 등 기타 어류에 대해 포획금지 기간 및 체장을 신설·조정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우리는 과거 어린 물고기까지 남획해 연근해에서 명태와 쥐치가 사라지는 아픈 경험을 했다. 1980년 2만2415t에 달하던 명태 어획량은 2000년대 후반 들어 2t 안팎에 그쳤으며, 최근에는 아예 씨가 말라버렸다. 회유성 어종인 꽁치도 어획량이 확 줄어들며 ‘제2의 명태’가 될 신세에 처해 있다. 어린 물고기 보호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마구 잡아들이다가는 어쩌면 우리 후손은 갈치나 고등어, 참조기 등도 책에서 그림으로나 보게 될지 모른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수산자원 관리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어린 물고기 보호의 필요성을 깨닫고 진취적인 수산자원 관리 정책을 발표한 이 시점이 수산자원 남획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기영 < 강릉 원주대 자원생물학 교수 parkky@gw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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